게시 문구는 짧게, 안내물은 풀어서, 응대는 말로
병원 메시지를 공간에 담을 때는 같은 메시지를 세 가지 매체에 길이를 달리해 나누어 놓습니다. 게시 문구는 입구에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짧게 걸고, 안내물은 대기실이나 진료 안내문에서 그 메시지가 병원의 어떤 일로 이어지는지를 몇 문장으로 풀며, 직원 응대는 접수와 수납 같은 순간에 그 메시지를 말 한두 마디로 전합니다. 세 매체 어디에도 치료 효과를 약속하는 문구는 넣지 않습니다. 공간의 문구는 환자가 찍은 사진이나 병원이 만든 영상에 담겨 병원 밖으로 옮겨질 수 있어, 처음부터 밖에서 읽혀도 괜찮은 말로 써야 합니다.
세 매체로 나누는 까닭은 환자가 공간에서 글을 읽는 시간이 곳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입구를 지나는 환자는 문장 하나를 볼 시간밖에 없고, 대기실에 앉은 환자는 안내물 한 장을 읽을 여유가 있으며, 접수대와 진료실 앞에서는 글보다 직원의 말이 먼저 닿습니다. 한 매체에 메시지 전체를 몰아넣으면 짧게 읽혀야 할 곳에 긴 글이 걸리거나, 풀어 줘야 할 곳에 구호만 남습니다.
직원 응대를 매체에 넣는 근거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위한 의료시설 매뉴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매뉴얼은 의료시설의 안내체계를 두고, 길 찾기 기능을 강화하려면 안내사인이나 층별 색채계획 등으로 가독성과 인지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고 더불어 인적서비스 등이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전합니다. 공간의 글과 사람의 말이 함께 움직여야 안내가 완성된다는 이 생각은 메시지를 공간에 담을 때도 그대로 쓰입니다.
메시지를 공간에 담는 일은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일과 다릅니다. 이미 있는 공간에 문구 몇 줄과 안내물 한 장, 직원의 말 한두 마디를 더하는 것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무엇을 어디에 둘지는 공사보다 환자가 공간을 지나는 순서에 따라 정해집니다.
세 매체의 길이와 담는 내용
병원의 브랜드 메시지 문서에서 정한 한 문장을 세 매체에 나누면 이렇게 됩니다.
| 매체 | 놓는 곳 | 길이 | 담는 내용 |
|---|---|---|---|
| 게시 문구 | 입구 | 한 문장 | 메시지 문장 그대로 |
| 안내물 | 대기실 안내지, 진료 안내문 | 서너 문장 | 메시지가 이어지는 병원의 일과 환자가 할 수 있는 일 |
| 직원 응대 | 접수대, 수납 | 말 한두 마디 | 메시지에 맞춘 응대 문장 |
둘째 줄의 안내물은 메시지를 되풀이하는 곳이 아니라 풀어 주는 곳입니다. 메시지가 「설명을 끝까지 듣는 병원」이라면, 안내물에는 진료 뒤 궁금한 점을 어디서 물을 수 있는지, 설명을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처럼 환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씁니다.
셋째 줄의 응대 문장은 직원이 외워 말할 수 있을 만큼 짧아야 합니다. 같은 메시지라도 직원마다 다른 말로 전하면 환자는 서로 다른 병원을 겪은 것처럼 느끼므로, 응대 문장은 한두 개로 정해 모든 직원이 같은 말로 씁니다.
첫째 줄의 게시 문구는 글자 크기와 위치도 함께 정합니다. 서서 지나치는 환자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높이와 크기여야 하고, 진료 안내나 길 안내 표지와 섞이지 않게 떨어뜨려 놓아야 메시지가 안내와 헷갈리지 않습니다.
공간에 메시지를 담는 차례
첫째, 메시지 문장을 정합니다. 병원의 브랜드 메시지 문서에서 공간에 담을 문장 하나를 정하고, 그 문장이 운영에서 보여 주는 일로 이어지는지를 따집니다. 보여 줄 일이 없는 문장을 공간에 걸면 환자는 문장과 겪은 일 사이의 차이만 느낍니다. 메시지 문서에 문장이 여럿이라면, 공간에서는 그 가운데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동안 직접 겪을 수 있는 일과 닿은 문장 하나만 씁니다.
둘째, 환자의 동선을 따라 매체를 놓을 곳을 정합니다. 입구, 접수대, 대기실, 진료실 앞, 수납처럼 환자가 거치는 곳을 차례로 모으고, 곳마다 머무는 시간에 맞추어 게시 문구, 안내물, 직원 응대 가운데 무엇을 놓을지 정합니다. 같은 곳에 매체를 여럿 놓기보다 곳마다 하나를 정하면, 환자는 동선을 따라가며 메시지를 차례로 만납니다.
셋째, 매체마다 문장을 씁니다. 게시 문구는 메시지 문장 그대로, 안내물은 그 메시지가 이어지는 일을 서너 문장으로, 응대 문장은 직원이 말하기 쉬운 한두 마디로 씁니다. 이때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다빈도 수정요청 사항 안내가 불승인하는 「완치」, 「해결」, 「책임집니다」, 「정직한」 같은 말과 시·수술 전·후 문구는 쓰지 않고, 필요하면 안내가 제시한 「개선」, 「지향」 같은 대체 문구를 씁니다.
넷째, 직원과 함께 응대 문장을 맞춥니다. 응대 문장을 정한 뒤 접수와 수납을 맡은 직원이 직접 소리 내어 말해 보게 하고, 어색한 말은 직원이 쓰는 말로 고칩니다. 공간의 글과 직원의 말이 같은 메시지에서 나와야 환자가 두 가지를 하나로 겪습니다. 응대 문장은 업무 안내서의 첫 장에 함께 씁니다.
다섯째, 공간이 다른 매체로 옮겨지는 경우를 따집니다. 병원 영상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료실과 대기실에 건 문구가 화면에 담길 수 있으므로 문구를 촬영 전에 확정하고, 병원 사회공헌을 대기실 게시물로 알릴 때도 메시지 문장과 어긋나지 않는 말로 씁니다.
동선에 따른 배치
둘째 단계에서 정하는 배치를 환자의 동선 순서로 놓았습니다. 넷째 칸의 문장은 설명을 위해 만든 예입니다.
| 곳 | 머무는 시간 | 놓을 매체 | 문장의 예 |
|---|---|---|---|
| 입구 | 지나치는 짧은 순간 | 게시 문구 | 설명을 끝까지 듣는 병원 |
| 접수대 | 접수하는 동안 | 직원 응대 | 진료 뒤에 궁금한 점은 이곳에서 언제든 물어보셔도 됩니다. |
| 대기실 |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 안내물 | 진료 뒤 설명을 이어서 들을 수 있는 방법 |
| 수납 | 계산하는 동안 | 직원 응대 | 오늘 설명 가운데 남은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
표의 문장들이 모두 같은 메시지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 배치의 요점입니다. 입구의 문장이 약속한 것을 대기실 안내물이 풀고, 접수대와 수납의 말이 그것을 실제로 묻는 순서로 이어지면, 환자는 병원을 나서기 전 메시지를 세 번 다른 꼴로 만나게 됩니다. 셋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메시지는 걸려 있기만 하거나 말로만 지나가는 것이 됩니다.
표의 머무는 시간 칸이 매체를 정하는 기준입니다. 진료실 앞처럼 표에 없는 곳도 환자가 얼마나 머무는지를 먼저 따져, 짧으면 게시 문구를, 앉아 기다리면 안내물을, 직원과 말을 나누는 곳이면 응대 문장을 놓습니다.
공간의 메시지가 겉도는 경우
입구에 건 긴 철학 문단은 입구를 지나는 환자에게 읽히지 않습니다. 문단이 길수록 첫 줄만 눈에 들어오고, 정작 메시지가 담긴 문장은 끝에 묻힙니다. 짧게 읽혀야 할 곳에 긴 글을 걸면, 환자에게 남는 것은 글자가 많다는 인상뿐입니다.
게시 문구와 다르게 말하는 직원 응대는 메시지를 흐립니다. 입구에는 「설명을 끝까지 듣는 병원」이라고 걸려 있는데 수납에서 바쁘다는 말만 듣는다면, 환자는 게시된 문장보다 직원의 말을 병원의 모습으로 기억합니다.
모든 곳에 같은 문장을 되풀이한 공간은 구호처럼 느껴집니다. 입구, 대기실, 진료실 앞에 같은 문장이 걸려 있으면 환자는 그 문장이 병원의 어떤 일로 이어지는지를 끝내 알지 못합니다. 같은 문장이 늘어날수록 한 곳에서 풀어 주어야 할 안내물이 빠져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치료 결과를 약속하는 게시 문구는 공간 전체의 말을 흔듭니다. 「통증 없는 치료」처럼 결과를 단정하는 문장이 입구에 걸려 있으면, 대기실 안내물과 직원의 말이 아무리 차분해도 환자는 입구의 약속을 기준으로 병원을 판단하고, 그 약속과 다른 경험을 하면 다른 말까지 믿지 않게 됩니다.
공간에 메시지를 담는 일에 관한 질문
게시 문구는 몇 곳에 거는 것이 좋나요?
정해진 수는 없습니다. 환자가 처음 들어서는 입구처럼 메시지를 처음 만나는 곳에 걸고, 다른 곳에서는 같은 문장을 되풀이하기보다 안내물과 응대로 풀어 주는 편이 낫습니다. 층이 나뉜 병원이라면 층마다 환자가 처음 들어서는 곳을 따로 정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에 「안심」 같은 말을 써도 되나요?
다빈도 안내는 「안전」을 불승인 표현으로 들고 있으므로, 비슷하게 결과를 약속하는 것으로 읽히는 말은 피합니다. 대신 환자가 겪을 수 있는 병원의 일을 말합니다.
응대 문장을 직원이 그대로 말하기 어려워하면 어떻게 하나요?
넷째 단계처럼 직원이 직접 말해 보고 어색한 말을 직원의 말로 고칩니다. 뜻은 메시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고, 존댓말의 높이나 말끝처럼 병원 전체가 맞출 것은 함께 맞추되, 꼴은 직원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쪽을 택합니다. 직원의 말로 고친 문장이 여럿 나오면, 그 가운데 메시지와 가장 가까운 하나를 모두가 쓰는 문장으로 정합니다.
디지털 화면에 메시지를 띄워도 되나요?
띄울 수 있습니다. 화면도 머무는 시간에 맞추어 입구 쪽이면 한 문장, 대기실 쪽이면 안내물처럼 풀어 쓴 내용으로 나누고, 치료 효과를 약속하는 문구는 넣지 않습니다. 화면은 문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만큼, 바꾼 날과 내용을 함께 남겨 게시 문구와 어긋나지 않는지 가립니다.
메시지를 바꾸면 공간의 무엇부터 고치나요?
공간에 놓인 게시 문구, 안내물, 응대 문장을 곳마다 한 줄씩 함께 모은 목록을 만들었다면 그 목록을 따라 고칩니다. 게시 문구만 바꾸고 응대 문장을 그대로 두면 공간과 말이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하게 됩니다.
한 메시지를 세 가지 길이로
병원 메시지를 공간에 담을 때는 입구에 한 문장의 게시 문구를, 대기실과 진료 안내문에 그 메시지가 이어지는 일을 풀어 쓴 안내물을, 접수와 수납에 직원이 같은 말로 전하는 응대 문장을 놓습니다. 세 매체가 같은 메시지에서 나오고 치료 효과를 약속하는 말이 없으면, 환자는 게시된 글과 직원의 말에서 같은 병원을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