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어를 운영 규칙으로 풀기
「환자 중심」, 「정성」, 「신뢰」 같은 말은 병원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담고 있지만, 이용자는 이 말만 읽고 그 병원에서 무엇을 겪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말은 어느 병원이든 쓸 수 있는 말이어서, 이 말만으로는 병원 사이의 차이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추상적인 철학을 이용자가 이해하는 말로 바꾸려면, 그 말이 병원의 운영에서 무엇으로 나타나는지를 단계마다 정해야 합니다.
옮기는 과정은 세 단계입니다. 첫째, 이용자가 겪는 운영 단계마다 그 추상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묻습니다. 「환자 중심」이 예약 단계에서는 무엇이고, 진료실 설명 단계에서는 무엇이며, 진료 뒤 연락 단계에서는 무엇인지를 각각 묻는 식입니다. 둘째, 그 답을 운영 규칙으로 만듭니다. 운영 규칙이란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가 들어 있어 지켰는지 안 지켰는지를 가릴 수 있는 문장입니다. 셋째, 운영 규칙을 이용자가 읽는 설명 문장으로 옮깁니다.
둘째 단계가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다」는 아직 추상적이지만, 「진료를 시작할 때 원장이 먼저 증상을 끝까지 듣고 나서 질문한다」는 지켰는지를 가릴 수 있는 규칙입니다. 규칙이 정해져야 그다음 설명 문장이 빈말이 되지 않습니다.
첫째 단계에서 던질 물음은 「이 말을 정말 지킨다면, 이 단계에서 이용자는 무엇을 겪어야 하는가」입니다. 예약 단계라면 전화를 건 사람이 무엇을 듣는지, 설명 단계라면 진료실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듣는지, 진료 뒤 연락 단계라면 집에 돌아간 뒤 무엇을 받는지를 묻습니다. 답이 「잘해 준다」처럼 다시 추상적인 말로 나오면 아직 운영까지 내려가지 못한 것이므로, 사람과 때와 할 일이 나올 때까지 한 번 더 묻습니다.
아래 표는 「환자 중심」이라는 말을 세 운영 단계에서 풀어 본 예입니다. 규칙과 문장은 병원마다 실제 운영에 맞춰 정합니다. 같은 「환자 중심」이라도 병원의 규모와 진료과에 따라 규칙이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운영 단계 | 운영 규칙 | 이용자가 읽는 설명 문장 |
|---|---|---|
| 예약 | 전화 예약 때 진료 전에 준비할 것과 예상 대기 시간을 함께 알린다 | 예약하실 때 준비하실 것과 예상 대기 시간을 함께 알려 드립니다. |
| 설명 | 치료 방법이 둘 이상이면 각각의 장단점을 말한 뒤 환자가 정하게 한다. | 치료 방법이 여러 가지라면 각각을 설명해 드리고, 선택은 설명을 들으신 뒤 하실 수 있습니다. |
| 진료 뒤 연락 |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담당 직원이 정한 날 안에 연락한다. | 검사 결과가 나오면 병원에서 먼저 연락드립니다. |
공적 기준이 가치를 나누는 방식
추상적인 가치를 운영의 여러 영역으로 나누는 방식은 공적 기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인증 안내는 인증의 목적을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높여 국민건강의 유지와 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 밝히고, 인증기준을 기본가치체계, 환자진료체계, 지원체계, 성과관리체계로 나눕니다. 환자진료체계 아래에는 진료전달체계와 평가, 환자진료, 의약품관리, 환자권리존중 및 보호 같은 항목을 두고, 지원체계 아래에는 인적자원관리, 감염관리, 안전한 시설 및 환경관리 같은 항목이 있습니다. 정부24의 의료기관 인증제 안내도 인증기준의 주요 내용으로 환자의 권리와 안전, 의료 서비스의 제공 과정 및 성과, 환자 만족도 등을 듭니다.
「질」과 「안전」이라는 큰 말이 이렇게 운영의 항목들로 쪼개져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의료기관인증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 대상이므로 의원이 이 인증을 받는 것처럼 쓸 일은 아니지만, 큰 가치를 운영 항목으로 쪼개는 방식은 의원의 진료 철학을 풀 때도 참고가 됩니다. 「환자 중심」을 예약, 설명, 진료 뒤 연락으로 나누는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인증기준이 환자권리존중 및 보호를 진료 체계의 한 항목으로 두듯, 의원도 「환자를 존중한다」는 철학을 설명 단계의 규칙, 곧 치료 방법을 고르기 전에 선택지를 설명하는 순서로 내려 쓸 수 있습니다.
광고 문구로 옮길 때 걸리는 말
추상적인 철학 문구가 의료광고로 나갈 때는 심의에서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다빈도 수정요청 사항 안내는 「정직한」, 「책임집니다」, 「안전」, 「완치」 같은 문구를 소비자 현혹, 치료효과 보장, 거짓·과장의 항목으로 불승인하고 「개선」이나 「지향」 같은 대체 문구를 제시합니다. 「1:1」과 「일대일」은 「맞춤」으로, 「특화」, 「전문」, 「노하우」는 「중점진료」나 「집중진료」로 바꾸도록 안내합니다.
이 목록은 추상적인 철학을 운영 설명으로 옮기는 일이 왜 필요한지도 보여 줍니다. 「정직한 진료」라는 말은 광고에서 쓰기 어렵지만, 「치료 방법이 여러 가지라면 각각을 설명해 드립니다」라는 운영 설명은 이용자가 겪을 일을 말할 뿐 효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용자가 겪을 일을 그대로 적은 문장이어서 병원이 지킬 수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고, 광고 문구로 옮길 때도 형용사를 덜어 낼 일이 줄어듭니다. 철학을 형용사로 내세우는 대신 운영으로 보여 주면, 광고 기준을 지키면서 병원의 가치를 전할 수 있습니다.
옮기는 순서와 바꿔 쓴 예
병원의 진료 철학을 운영 설명으로 옮길 때는 아래 순서를 따릅니다.
- 병원이 지금 쓰는 철학 문구를 모두 모읍니다. 홈페이지, 진료 절차 안내문, 원장 인사말에 흩어진 문구를 한곳에 옮깁니다.
- 문구마다 예약, 설명, 진료 뒤 연락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나타나는지를 정합니다.
- 단계마다 누가, 언제, 무엇을 하는지를 운영 규칙으로 씁니다. 병원의 운영 규칙에 이미 같은 내용이 있다면 그 문장을 그대로 씁니다.
- 운영 규칙을 이용자가 읽는 문장으로 옮겨 씁니다. 규칙에 없는 약속은 설명 문장에 넣지 않습니다. 「항상」, 「반드시」처럼 예외를 허락하지 않는 말은 규칙이 정말 예외 없이 지켜질 때만 씁니다.
- 설명 문장을 진료 절차 안내문과 홈페이지에 함께 올리고, 원래 있던 추상적인 문구는 설명 문장 앞의 한 줄 머리말로만 남깁니다.
- 올린 뒤 한 달 동안 이용자 문의와 직원 의견을 모아, 설명 문장과 실제 운영이 어긋나는 곳이 있으면 규칙이나 문장 가운데 하나를 고칩니다.
| 추상적인 문구 | 운영에서 정할 것 | 바꿔 쓴 설명 문장 |
|---|---|---|
| 친절한 병원 | 전화와 접수에서 먼저 안내할 내용 | 처음 오신 분께는 접수할 때 진료 순서와 예상 대기 시간을 먼저 알려 드립니다. |
| 꼼꼼한 진료 | 진료실에서 설명하는 순서 | 진단 결과, 치료 방법, 생길 수 있는 불편을 차례로 설명해 드립니다. |
| 안심할 수 있는 진료 환경 | 감염관리와 시설 관리의 실제 절차 | 진료 기구는 환자마다 소독한 것을 쓰고, 진료실은 정해진 시간마다 청소합니다. |
설명 문장을 다른 글에 쓸 때
운영 설명 문장은 다른 글의 재료가 됩니다. 답변형 콘텐츠 작성에서 「이 병원은 설명을 잘해 주나요」 같은 물음에 답할 때, 운영 규칙에서 나온 설명 문장을 그대로 답으로 쓰면 철학 문구를 늘어놓는 것보다 묻는 사람에게 필요한 답이 됩니다. 운영 규칙 하나가 답 하나가 되므로, 규칙 목록이 곧 답변 글의 목차가 될 수 있습니다. 병원 영상 대본을 쓸 때도 원장이 철학을 말로 소개하는 부분보다, 운영 규칙 하나를 실제 진료 순서로 보여 주는 부분이 같은 가치를 더 분명하게 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추상적인 철학 문구는 아예 쓰지 말아야 하나요?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철학 문구를 머리말로 두고 바로 아래에 운영 설명을 이어 쓰면, 문구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이용자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만 광고로 나가는 문구라면 심의에서 걸리는 표현이 없는지 먼저 따집니다. 머리말은 짧게 두고, 이용자가 실제로 읽고 기억할 내용은 그 아래 운영 설명에 담는 것이 순서입니다.
운영 규칙을 정했는데 지키지 못하는 날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지키지 못하는 날이 잦다면 규칙이 실제 운영보다 앞선 것입니다. 설명 문장을 올리기 전에 한두 주 동안 규칙대로 운영해 보고,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규칙을 고친 뒤에 문장을 올립니다. 이미 올린 문장이라면 지키지 못한 날을 숨기기보다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범위로 문장을 좁혀 고치는 편이 이용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길입니다.
의원도 의료기관인증 기준을 따라야 하나요?
의료기관인증의 대상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입니다. 의원은 인증을 받는 것처럼 쓰지 않고, 인증기준이 가치를 운영 항목으로 나누는 방식만 참고합니다. 의협 심의위의 다빈도 수정요청 안내는 보건복지부 인증 의료기관이라고 표기할 때 인증서를 제시하고 유효기간을 함께 적도록 안내하므로, 인증을 받은 병원이라도 인증 표기와 운영 설명 문장을 한 문장에 섞지 않습니다.
설명 문장은 몇 개까지 올리면 좋을까요?
정해진 개수는 없습니다. 이용자가 가장 자주 묻는 운영 단계부터 올리고, 병원이 매일 지킬 수 있는 규칙에서 나온 문장만 올립니다. 문장이 많아도 지킬 수 없는 규칙에서 나온 것이 섞이면 전체의 믿음이 떨어집니다. 처음에는 예약, 설명, 진료 뒤 연락에서 하나씩만 올리고, 지켜지는 것이 확인되면 조금씩 늘립니다.
운영 규칙은 누가 정하나요?
철학은 원장이 정하고, 그 철학을 운영 규칙으로 옮기는 일은 원장과 실제로 그 단계를 맡는 직원이 함께 합니다. 예약 규칙은 접수 담당이, 설명 규칙은 원장이, 진료 뒤 연락 규칙은 연락을 맡은 직원이 지킬 수 있는지를 확인한 뒤 확정합니다. 규칙을 확정할 때는 그 단계를 맡은 직원이 실제 하루 업무 안에서 그 일을 할 시간이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 문장만 그럴듯한 규칙이 남지 않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