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선택지, 동의의 세 순간
진료 철학은 진료실 안에서 세 순간에 드러납니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방식, 치료 선택지를 내놓는 순서, 그리고 환자의 동의를 받는 때입니다. 「환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철학이라면, 설명할 때 그림이나 검사 화면을 함께 보여 주고, 선택지를 내놓을 때 치료하지 않는 경우까지 함께 말하며, 동의를 받기 전에 환자가 질문할 시간을 남기는 식으로 드러납니다.
이 세 순간을 병원의 진료 절차 안내문과 응대 절차에 실제로 적힌 순서로 정리하면, 철학이 말로만 남지 않고 직원과 의료진이 같은 순서로 따를 수 있는 과정이 됩니다. 다만 이 과정을 밖에 알릴 때는 결과를 약속하는 말로 바꾸지 않고, 병원이 하는 일을 사실대로 씁니다.
세 순간과 드러나는 철학
| 순간 | 진료실에서 하는 일 | 드러나는 철학 |
|---|---|---|
| 설명 | 검사 화면과 그림으로 상태를 보여 줌 | 환자가 자기 몸을 이해하게 함 |
| 선택지 | 치료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해 여러 길을 말함 | 결정을 환자에게 맡김 |
| 동의 | 질문할 시간을 남기고 다시 묻기 | 서두르지 않는 진료 |
표는 세 순간을 정리하는 형식을 보여 주는 가상의 예입니다.
설명하는 방식
설명은 철학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은 의사가 긴급한 경우나 환자에게 기타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진료를 시행함에 있어서 질병상태, 예후, 치료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효과, 위험성 및 후유증 등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한다고 씁니다. 설명해야 할 항목은 정해져 있으므로, 병원의 철학은 무엇을 설명하느냐보다 어떻게 설명하느냐에서 갈립니다.
같은 내용을 설명해도 의학 용어로 빠르게 말하는 병원과, 검사 화면을 환자 쪽으로 돌려 보여 주며 환자의 말로 다시 풀어 주는 병원은 환자에게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병원이 「쉽게 설명한다」를 철학으로 삼는다면, 설명 때 쓰는 그림 자료, 설명에 드는 시간, 설명을 마친 뒤 환자가 이해한 내용을 되물어 확인하는 순서를 응대 절차에 씁니다.
선택지를 내놓는 순서
둘째 순간은 치료 선택지를 내놓을 때입니다. 의사가 권하고 싶은 치료 하나만 말하는 것과, 가능한 치료 몇 가지와 각각의 장단점, 그리고 지금은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는 길까지 함께 말하는 것은 환자가 느끼는 병원의 태도를 다르게 만듭니다. 선택지를 어떤 순서로 내놓는지도 같은 메시지를 줍니다. 비용이 큰 치료를 맨 앞에 두면, 환자는 그 치료를 권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병원의 철학이 환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쪽이라면, 선택지를 말하는 순서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가벼운 방법에서 무거운 방법으로, 또는 비용이 적은 방법에서 큰 방법으로 차례를 정하고, 의사는 그 차례대로 설명한 뒤 자기 의견을 마지막에 더하는 식입니다. 의견을 맨 앞에 두면 그 뒤의 설명은 의견을 뒷받침하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마지막에 두면 환자는 선택지를 먼저 들은 뒤 의사의 생각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동의를 받는 때
셋째 순간은 동의를 받는 때입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동의서를 내밀면, 앞의 설명이 아무리 친절했어도 환자는 서두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동의서를 내밀기 전에 「궁금하신 점이 더 있으신가요」를 한 번 묻고, 환자가 집에서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시간을 주는 순서를 정합니다.
진료 중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도 동의의 순간이 다시 옵니다. 같은 지침은 의사가 환자 진료 중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나 결과가 발생하였을 경우 이에 대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하여야 한다고 씁니다. 이런 때 병원이 어떤 순서로 알리고 다음 결정을 함께 내리는지가, 평소 진료의 철학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를 보여 줍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을 알리는 순서도 미리 정합니다. 누가 알리는지, 환자와 보호자 가운데 누구에게 먼저 알리는지, 다음 진료를 정하기 전에 어떤 선택지를 함께 말하는지를 응대 절차에 넣으면,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평소와 같은 태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절차 안내문에 옮기기
세 순간을 철학으로 남기지 않고 절차로 만들려면 진료 절차 안내문과 응대 절차에 씁니다. 안내문에는 환자가 접수부터 진료를 마칠 때까지 무엇을 겪는지를 순서대로 쓰고, 그 가운데 설명, 선택지, 동의의 단계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진료실에서 검사 결과를 화면으로 함께 보며 설명드립니다」, 「치료 방법을 정하기 전에 질문할 시간을 드립니다」처럼 환자가 겪는 일로 씁니다.
응대 절차에는 직원과 의료진이 각 단계에서 할 일을 씁니다. 설명에 쓰는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 선택지를 말하는 순서는 무엇인지, 동의서를 내밀기 전에 무엇을 묻는지를 한 장에 정리하면, 진료실마다 순서가 달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과장으로 읽히지 않게
진료 과정을 밖에 알릴 때는 과정과 결과를 섞지 않습니다. 「충분히 설명하므로 만족하실 것입니다」처럼 과정 뒤에 결과를 붙이면, 설명이 결과를 보장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화면으로 함께 보며 설명합니다」처럼 병원이 하는 일만 쓰고, 그 일이 환자에게 어떤 결과를 줄지는 쓰지 않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늘 그렇게 한다고 단정하는 말도 피합니다. 진료가 바쁜 날이나 응급한 경우에는 정해 둔 순서를 다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모든 환자에게 30분씩 설명합니다」처럼 숫자로 약속하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의 환자는 병원의 말을 믿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지킬 수 있는 만큼의 과정만 쓰는 것이 철학을 지키는 일입니다. 소개 글에 과정을 쓰기 전에, 그 과정이 바쁜 날에도 지켜지는지를 진료실 담당자와 함께 따집니다.
진료실 밖의 직원
세 순간은 진료실 안의 일이지만, 진료실 밖의 직원도 철학을 이어 받습니다. 접수 직원은 첫 방문 환자에게 진료실에서 어떤 순서로 설명을 듣게 되는지 미리 알려, 환자가 질문을 준비해 들어가게 할 수 있습니다. 진료가 끝난 뒤 수납 창구에서는 진료실에서 들은 치료 계획 가운데 헷갈리는 것이 없는지 한 번 더 묻습니다.
상담 직원이 비용과 일정을 안내할 때도 같은 순서를 지킵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여러 선택지를 말했는데 상담 창구에서 한 가지 치료의 비용만 안내하면, 진료실의 설명이 그 치료를 권하는 말로 바뀌어 전해질 수 있습니다. 상담 창구에서도 진료실에서 들은 선택지마다 비용과 일정을 나란히 안내합니다.
지켜지는지 따지는 법
세 순간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진료 뒤 환자에게 짧게 묻는 방식으로 따질 수 있습니다. 「오늘 설명에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셨나요」, 「치료 방법을 정하기 전에 질문할 시간이 있으셨나요」처럼 세 순간에 맞춘 질문을 몇 개 정해, 일정 기간 동안 받은 답을 모읍니다.
답에서 같은 불편이 되풀이된다면 그 순간의 절차를 고칩니다. 질문할 시간이 없었다는 답이 많다면 동의서를 내미는 때를 늦추고, 설명이 어려웠다는 답이 많다면 설명 자료를 새로 만듭니다. 이렇게 고친 절차가 다시 진료 절차 안내문에 반영되어, 안내문과 진료실의 실제가 같은 내용을 담게 합니다.
과정 문장 고치기
| 피할 문장 | 쓰는 문장 |
|---|---|
| 충분한 설명으로 만족을 약속합니다. | 검사 결과를 화면으로 함께 보며 설명합니다. |
| 모든 환자에게 30분 상담 | 치료를 정하기 전에 질문할 시간을 드립니다. |
| 최선의 치료만 권합니다. | 가능한 치료 방법을 차례로 설명합니다. |
표의 문장은 고치는 방식을 보여 주는 가상의 예입니다.
홍보로 옮길 때
세 순간의 과정은 병원 소개와 홍보의 재료가 됩니다. 다만 홍보 문장이 진료실의 실제 과정보다 앞서 나가면 환자는 소개와 경험 사이의 차이를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하는 일이 홍보 문장보다 앞서도록, 원장은 병원 홍보 계획을 세 순간 가운데 실제로 지켜지는 것만 담아 짭니다.
진료 과정과 철학 자주 묻는 질문
의사마다 설명하는 방식이 다르면 어떻게 하나요?
말투까지 같게 할 필요는 없지만, 설명에 쓰는 자료와 선택지를 말하는 순서, 동의 전에 묻는 질문은 같게 맞춥니다. 의사마다 다른 부분은 응대 절차에서 빼고, 같아야 하는 부분만 씁니다.
설명 시간을 늘리면 대기가 길어지지 않을까요?
설명을 진료실 안에서만 하지 않고, 진료 전후에 읽을 수 있는 안내 자료로 나누면 진료실 안의 시간을 늘리지 않고도 설명을 보탤 수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는 선택지를 말하면 환자를 놓치지 않을까요?
치료하지 않는 길도 함께 들은 환자는 병원이 자신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길을 고를지는 환자가 정하고, 병원은 정보를 빠짐없이 전합니다.
진료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 줘도 되나요?
환자의 동의를 받고, 진료 내용이나 결과를 드러내지 않는 범위에서 과정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결과를 약속하는 자막은 넣지 않습니다.
동의서 양식도 철학에 맞게 고칠 수 있습니까?
동의서에 담아야 할 내용은 그대로 두되, 설명을 듣고 질문할 시간을 가졌는지를 표시하는 칸을 더하는 식으로 과정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세 순간의 순서
진료 철학은 설명하는 방식, 선택지를 내놓는 순서, 동의를 받는 때라는 진료실의 세 순간에서 드러납니다. 세 순간을 절차 안내문과 응대 절차에 실제로 하는 일로 쓰고, 밖에 알릴 때는 결과를 약속하지 않는 과정의 말로만 씁니다.